나는 감정적이다...
고백하자면
나는 감정적이다
알레르기성 재채기와 가려움증과
황사가루 날리는 거리에 서면
가을잎에 휩쓸려 떠나고 싶다
지나가는 계졀의 안개낀 문턱마다
울적한 감기는 솜처럼 젖어들고
피가 더워서 눈물이 흔할까
팔랑개비 열두번씩 뒤집히는 속
양철냄비처럼 쉬 끓어서
원시의 바다 꿈을 적시러 가는 지금
이러다간 누구를 사랑하고야 말지
어리석고 순진한 감정으로
이 은총과 슬픔으로
학교에서는 가르친 적 없는
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는
연습 없는 감정만 숙밭처럼 무성하다
부끄럽지만
나는 감정적이다
- 이 향 아 -