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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노인의 고백

 

[어느 노인의 고백]

 

 

하루종일

창밖을 내다보는 일이

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.

 

누가 오지않아도 창이있어 고맙고

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.

 

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

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

 

바람속에 펄럭이는 희노애락이

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

 

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

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.

 

이 세상을 떠나기전 내가 용서할 일도

용서받을 일도 참 많지만, 너무 조바심하거나

걱정하진 않기로 합니다

 

죽음의 침묵은 용서하고

용서받은 거라고 믿고 싶어요

 

고요하고 고교하게 하나의 노래처럼

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

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.

 

- 이해인 / 작은위로 - 중에서